행복

군대 간 아들에게 보내는 네번째 편지

biocat 2018. 10. 24. 16:29

인간 관계

 

인편은 언제 전달되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어제 오전 인편은 금방 전달돼서 오후에 한통 더 보냈더니 아직 전달이 안되었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어제는 외할머니께서 오셔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셨어. 외할아버지께서 여행 가셔서 혼자 양평 집에서 주무시기 무섭다고덕분에 막내이모네 불러서 또 술 먹었다. ㅋㅋ. 엄마가 아들 머리 깎은 사진 외할머니랑 이모께 보여줬더니 머리 길었을 때보다 휠씬 이쁘다고 하시더라. 아빠가 보기에도 그렇고

그리고 엄마가 국기원에 태권도 단증 신청해서 받아놨어. 3단 것만 받은면 된다고 했는데, 1, 2, 3단 다 받아놨더라.

The Camp에 군복 입은 아들 사진 올라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안 올라오네. 이번 주말에 사진 찍어서 올려주려나??

 

아들도 알다시피 아빠를 포함한 우리 가족의 삶이 그리 다이나믹 하지가 않아서 매일 편지 쓸 소재가 많이 달린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책이나 영화라도 많이 읽고 많이 봤다면 이야기 거리가 많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빠가 살면서 줄기차게 고민했던 것이 있는데…. 인간 관계엄마하고 결혼 한 이후에는 이성에 대한 고민은 없어졌는데그 이후에는 직장 상사, 동료, 후배들 때문에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요즘에도 회사 그만 두고 싶다는 게, 일로 인한 고민과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사장님, 부사장님과의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사장님과 부사장님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으니, 아빠가 바뀌면 되겠구나. 그러면 스트레스가 조금 덜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빠가 어떻게 바뀌면 될까??? 무조건 잘 보이고 아부를 하는 것도 사람이 쉽게 보이고 천박해 보이기까지 할 것이고, 그러면 윗사람, 아랫사람에게 무시 당할 게 뻔하니 그것도 아니고그게 아니더라도 아빠 성격에 그 짓은 못하겠고그런 고민 때문에 요즘은 SQ, 사회지능이라는 조금은 어려울 것 같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IQ(지능지수)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가를 평가하는 것이듯이 SQ는 얼마나 사회성이 좋은가를 평가하는 것이고, 원만한 사회성을 가지기 위한 개념들이 정리된 책인 것 같아서 집어 들었는데맨날 일하고 술 먹고 그러느라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이번 주말에 시간내서 진도 좀 빼야겠다.

 

아들은 인간 관계 외에도 고민할 것이 많은 나이를 보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을 덜 했을 것으로 생각은 되는데…. 요즘 아빠 생각에는 자기 자신과 알게 모르게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인생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 같더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힘든 일도 사람 관계에서 발생되고, 힘들 때 위로 받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들 통해서 위로 받는 것일거야. 그런 의미에서 좋은 인간 관계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힘이 될거고,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가지려며, 나 자신부터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돼야하는 거고근데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ㅋㅋ 또 처음 질문으로 돌아왔네. 하지만 일반적으로 첫번째는 긍정적인 표정, 상대에 대한 배려뭐 그런거겠지.

아들이 지금 있는 군대도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많은 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는 곳일거야. 동기, 상급자, 하급자, 사병, 장교, 보직에 따른 관계 등등하지만 중요한 건 앞으로 아들과 평생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고, 아들이 SQ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뭐를 쓸까 고민하다가 아빠가 요즘 하는 고민을 적다 보니 격려하는 편지가 아니라 무슨 윤리 교과서 같은 편지가 돼 버렸네.

 

오늘 점심은 새우볶음밥에 떡볶이던데, 점심 맛있게 먹고 힘내서 오후 훈련 잘 받아. 오후에는 군가 제창하고 전투체력으로 돼 있던데축구 할래나? 아들 축구나 족구 별로 안해 봤을텐데이것도 걱정이네.

아무튼 힘내고, 좋은 생각 많이해.

 

20181019일 술이 약간 덜 깬 아빠가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