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군대 간 아들에게 보내는 다섯번째 편지

biocat 2018. 10. 24. 16:43

후시딘

조금 전 엄마한테서 아들 옷 왔다는 연락 받고, 아들이 쓴 편지 사진 찍어 보내라고 해서 몇번을 다시 읽고, 다시 읽고

아들이 편지 쓴 순서대로(엄마 편지 > 아빠 편지 > 동생 편지) 읽어 보니, 군 생활 중 가장 막막하고 힘든 시간들을 하나씩 하나씩 잘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솔직히 아빠도 입대 후 일주일이 심적으로 제일 힘든 시간이었거든. 아들이 그 힘든 시간 잘 견뎌줘서 대견하고 고맙다.

샤워 못해서 힘들다고? ㅋㅋ 괜찮아. 1, 2주 안 씻는다고 안 썩는다. 연휴 때 며칠이고, 한번도 안씻고 잘 버티는 아빠 봤잖아. 그거 군대에서 적응된거다. 아빠 훈련소 때 고추에 부스럼이 생겨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가져갔던 후시딘 바르고 며칠 지나니까 저절로 딱지 떨어지면서 낫더라구. ㅋㅋ 그 이후부터 후시딘에 대한 맹신이 생겨서 한동안은 모기 물린 데도 후시딘, 데인데도 후시딘후시딘후시딘이었다는

후시딘 (@ficidinointment) | Twitter

사진은 벌써 찍었구나. 아직 캠프에 안 올라 왔어. 담당하시는 분이 바쁘거나, 아니면 부대 방침, 뭐 그런게 있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다.

막상 군대 가 보니까 엄마 많이 보고싶지? 아빠가 그랬잖아…. 엄마가 제일 보고싶을 거라고근데 그거 제대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군대 있을 때는 제대만 하면 엄마한테 무지하게 잘 해드려야지 하는데, 신기하게 제대하면…. ㅋㅋ

오늘 지나면 토요일하고 일요일은 좀 쉬겠네. 빨래도 하고, TV도 보고

솔직히 너 낳아서 키우면서 인생에 넘어야 하는 산이 몇 개가 있었고 아들이 잘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거리가 몇 가지 있었다. 첫번째가 운전…. 초보 때 사고 날까 봐…. 그 고비는 잘 넘긴 것 같은데, 니가 아들이라는 이유로 가장 큰 걱정거리가 군대였어. 이제 그 시기가 왔고, 이 시간도 잘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했으니 언젠가는 넘어가겠지.

전에는 핸드폰을 Facebook 보는데 제일 많이 사용했었는데 요즘은 캠프만 본다. 업데이트도 별로 안되긴 하지만,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들 훈련소 훈련 다 끝나고 자대에 가면 인편 못쓰는 것 같던데이렇게 매일 인편 쓰다가 못쓰게 되면 그것도 많이 허전할 듯 하다. 쓸 수 있을 때 많이 자주 써야겠다.

오늘의 감사노트1: 아들로부터 편지 받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감사노트2: 아들에게 마음껏 인편 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들이 집에서의 평범한 하루가 그토록 그리운 건, 이미 그 시간이 되돌릴 수 없는 추억이 돼서 그런 거야. 그만큼 그 평범한 하루가 소중한 시간이었던 거고마찬가지로 자대 가면 지금의 교육대 생활이 그리울 거고, 제대하게 되면 또 군대 생활이 그리워질 날이 분명 있을거야. 시련이나 고생의 시간은 분명 피하고 싶은 그런 시간이겠지만, 당당히 참고 견디다 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그 시련의 끝이 있기 마련이고, 그 시련의 시간만큼 사람은 더 강하게 성장하게 되는게 세상 이치다. 그 지나간 시간들이 아련한 추억이 될 때 소중해 지는거고…. 그런 의미에서 사람에게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없는 거니까, 소중한 군대 생활도 잘 참고 보내기 바란다.

피하지 못 할거면 즐기라고 했듯이, 어차피 굳은 마음 먹고 들어간 군대…. 피하지 못하는 것이니 즐겨보자 라는 마음 가졌으면 좋겠어. 쉽지는 않겠지만….

샤워는 못 하더라도 양치하고 발은 꼭 닦고 자야 해. 군대에서 발 건강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남은 일과 잘 마무리하고 오늘 밤도 편한 밤 보내기 바란다.

오늘은 금요일. 그래서 또 술먹어도 되는 날….ㅋㅋ 술 조금만 먹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잘자~

 

20181019일 오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