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군대 간 아들에게 보내는 세번째 편지

biocat 2018. 10. 24. 16:24

아들,

아빠 생각에 인편은 일과 종료 후 저녁에 한번에 전달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캠프 보니까 아침에 쓴 인편이 벌써 전달되었다고 나오네... 점심시간에도 전달해 주나봐?!!

 

그래서 생각난 김에 하나 더 쓰려고 하는데, 인편 너무 자주 쓰면 안되는 이유 같은 건 없지?

 

생각난 게 뭐냐면 "감사 (Thank you)" 라는 거다.

요즘 회사에서 감사 경영을 한답시고 책을 나누어 주고 교육을 받으라고 하는 게 있는데... 주된 내용은 125 운동이란다. 하루에 한번 좋은일을 하고, 한달에 2권의 책을 읽고, 하루에 5개의 감사 노트를 적는 것이라는데, 회사에서 일률적으로 하는 이런 식의 운동은 개인적으로 별로 달갑지는 않지만, 하루 5개 감사노트 적기는 아빠도 아빠지만 지홍이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 한번 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서 인편 다시 쓴다.

 

예를 들면 아빠의 오늘 감사 노트는

1. 졸리웠지만 건강하게 일어나서 오늘 하루 시작함에 감사합니다.

2. 군대 간 아들 그리워하며 편지를 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3. 어제 마신 술로 속이 좀 안 좋았는데, 점심 식사에 해장에 알맞은 동태찌개를 메뉴로 선정해 주신 식당 아주머니께 감사합니다.

4. 수출포장을 정당하게 안 하게 해준 신입사원들에게 감사합니다. (신입사원이 있어서 신입사원 교육 때문에 수출포장 안 했으니까.... ㅋㅋ)

5. 신입사원 교육을 하필 오늘 오전으로 잡아준 C주임에게 감사합니다.

 

... 뭐 이런 내용들.... 이렇게 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마음이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고 인생이 행복해진다는데... 아빤 행복해진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잠자기 전에 하루 일과 돌아보며, 아들이 고맙게 생각하는 것(사람)에 대해 억지로라도 고마움을 찾아 적으면, 예를 들어 빡쎄게 훈련시킨 미운 교관님들한테도 "체력 단련시켜서 어제보다 건강한 저를 만들어 주신 교관님께 감사한다" 뭐 이렇게 적어 놓다보면 힘든 훈련병 생활이 하루 하루 지날 수록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얘기해 주는거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일기를 써 보면 더 좋겠지만 일기 보다 짧게 쓸 수 있어 좋을 것 같아서...

 

아들 군대 보내놓고도 이거 해라, 저거 해봐라 하는 아빠가 싫어지겠다. 꼭 하라는 건 아냐. 하건 말건 그건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되어가는 아들이 선택할 몫이겠지....

 

아무튼 이렇게 저렇게 살다가 생각나는 것 있을 때마다 편지 보낼께. 그냥 아빠 일기 쓰듯이...

 

이 편지는 일과 후 보게 될 것 같으니 인사는 이렇게...

"아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즐거운 꿈이 함께하는 편안한 밤 보내기 바란다."

 

2018 10 18일 오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