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멸균 이론 (1) D-value 이해하기
미생물 및 동물세포의 생장 곡선에 대해 알아보고, 비성장 속도, Doubling Time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이 대부분이고, 더구나 문과인 분들도 계십니다. 저도 공대 졸업했지만 미분, 적분은 하나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미생물을 배우고 있는 것이고요, 미생물이 어떤 식으로 자라고, 그것을 표현하려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를 공부하는 것이지 미분이나 적분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예요.
애써 고등학교 때도 하지 않았던 미적분 공부를 지금 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1/X를 적분하면 LN(X)가 되는 거구나 하고 넘어가세요. 여기서 왜라고 의문을 갖지 마세요. 그냥 그런 거예요.
미분은 어떤 방정식의 기울기입니다. 1차 함수는 직선이기 때문에 모든 점에서 기울기가 같기 때문에 1차 함수 미분하면 한가지 수, 상수로 나옵니다.
2차 함수 이상으로 가면 모두 곡선이예요. 곡선이니까 그래프 상의 어떤 점의 기울기(접선의 기울기)가 매번 달라집니다. 그 매번 변하는 접선의 기울기를 모아서 또하나의 방정식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함수가 미분함수예요.
두점의 기울기를 측정하기는 쉽습니다. (f(X2) - f(X1))/(X2 -X1))하면 됩니다. 이것을 조금 있게 보이려고 Δf(X) / ΔX 로 쓰지요.
이런 변화량을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두 점이 아니라 어떤 한 점에서의 기울기를 알아야 합니다. 그때는 대문자 Delta (Δ) 대신 소문자 Delta (δ)를 쓰는데 이것을 그냥 d로 씁니다. 그래서 어떤 한 점에서의 기울기(변화량)를 (df(X) / dX) 로 나타내는 거예요.
적분은 어떤 방정식 f(X)와 X축 사이의 면적을 구하는 거예요. 면적은 뭐예요? 가로 X 높이죠?
∫((1/X)dX)는 (1/X) 곱하기 d(X) 로 나온 값들을 모두 더하라는 얘기예요.
아래 그림 좀 봐 보세요.
X구간을 1단위로 잡아서(ΔX=1) 면적을 구한다음 더해도 비슷한 값이 나오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X구간을 더 잘게 자르면 자를수록 더 정확해집니다.
그래서 결국 X구간을 무한대로 나누어(dX) 넓이를 구해서 더해요. 그렇게 넓이를 구해보니까 LN(X)값하고 똑같은 값이 나온거예요.
전 수학을 아주 못 했습니다.
왜 과거형이냐고요?
고등학교 이후로 안 해봤으니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미분값은 접선의 순간 기울기이고, 적분값은 그래프 아래의 넓이이다' 정도의 개념만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수 됐어요. 그래서 수학과 교수가 아닌 바이오 교수가 될 수 있었겠지요.
여러분들도 그 정도 개념만 가지시면 충분합니다. 미분값, 적분값이 필요하시면 구글로 검색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 경우도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그냥 ∫(1/X)dX = LN(X) 예요. 그냥 외우세요. 근데 안 외우셔도 돼요. 우리에겐 구글이 있으니까요....
이것보다 중요한 건 비성장 속도의 개념이예요.
그리고 따라오기 힘들다 하시는 분들이 몇분 계십니다. 서로 소통이 안되니, 다른 분들은 다 알고 따라가는데, 나만 못따라가는 거 아냐 하고 각자 혼자서만 불안해 하시고 계실 것 같은데요.... 그럴 필요 없어요.
다 그래요.
전공 안하신 분들이 똑같이 쉽게 따라올 수 있었으면 전공하신 분들은 뭐가 되나요?!
어제 밤에 누워서 여러분들 과제 메일 읽어 보다가 생각한 것들, 아침에 주저리 주저리 적어봤습니다. 윗 부분은 퇴고를 안해서 틀린 부분이 좀 있을 수 있고, 어투도 조금....'거시키' 한 부분 있을 수 있습니다.
이해 바래요.
.
.
각설하고 그럼 지금부터는 오늘의 수업입니다. 자~ 요이, 준비, 땅!!!
=========================================================
지난 시간에는 미생물이 어떤 Pattern으로 자라는지 알아봤는데요… 그러면 죽을 때는 어떤 Pattern인지 알아봐야겠지요?
생장 곡선 강의를 들으면서
“아니! 생물 시간에 적분이라니… OMG~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참자…”
하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죄송하지만 이번 시간에도 수학이 조금 나옵니다. 미적분은 아니니 너무 겁먹지 마세요.
자~ 그럼 들어갑니다.
앞서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바이오의약품도 의약품이기 때문에 생물을 살리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 죽이는 것이 더 중요한 분야입니다.
왜 그런지 아시죠?
이 세상은 온통 미생물투성이입니다. Microbiome에서 얘기했던 우리 대장 속뿐 아니라 온갖 데에 다 있습니다. 그냥 온 세상 표면이 미생물들로 코팅되어있고, 여기 저기 먼지라는 비행기를 타고 다니고있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그런 미생물의 세상에서 무균의 의약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쉬운 일 아닙니다.
바이오의약품은 대부분 주사제입니다. 무균 주사제요.
그런데 주사제에 살아있는 미생물이 들어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생물이 면역계의 장벽도 거치지 않고 우리 핏속으로 '훅~'하고 바로 들어오는 겁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바로 패혈증입니다.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미생물을 살리는 전문가이기 전에 미생물을 죽이고, 컨트롤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해요.
그 첫 번째 단계입니다. 멸균 과정…
주사제는 특성상 Pyrogen이 없어야 하고, 외래 입자가 없어야 하며, 미생물도 없어야 합니다.
그중 100% 없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미생물입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미생물은 계속 자라 나오기 때문에 미생물 1마리는 1마리가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무균이란 정말 100% 무균이어야 합니다.
100% 무균을 어떻게 증명하고 보증할 수 있을까요? QC 무균 시험으로 100% 보증이 가능할까요?
QC 무균 시험은 파괴 검사입니다. 무균 시험한 샘플은 제품으로 출하하지 못하고 폐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수 조사를 못하고 샘플링 시험을 합니다.
만약 생산 Lot가 무균이 아닌 경우 QC 시험으로 무균이 아님을 찾아낼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평균 오염률이 0.1%인 주사제 생산 라인이 있습니다. 한 Lot 생산량이 1,000 vial이고 이 중 20 vial을 샘플링해서 무균 시험을 진행합니다. 그럼 이 20개 vial에 무균이 아닌 샘플이 1개 이상 포함될 확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0.02 입니다. 2%요. (왜 2%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제 블로그의 다른 글 참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확률과 통계에서 배우긴 할 겁니다)
Lot 대부분이 오염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QC 무균 시험만으로 Lot의 오염을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확률이 적기 때문에 다른 시험과 달리 무균시험은 재시험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무균 시험에서 20개 샘플 중 1개 vial이 오염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명백하게 드러난 시험자의 실수도 없습니다. 전체 Lot을 버리기 아까운 공장장이 100개 Vial을 더 샘플링해서 시험하라고 합니다. 100개 모두 무균입니다.
그러면 이 Lot는 출하해도 될까요?
아닙니다. 이 Lot는 폐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오염은 아주 사소한 실수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오염이 되더라도 굉장히 낮은 농도로 오염이 됩니다.
다행히 샘플링한 Vial에도 1마리 또는 2마리가 섞여 들어왔습니다(우리는 오염균이 들어왔는지 아닌지 모릅니다). 무균 시험을 진행합니다.
1마리, 또는 2마리가 무균 시험 기간인 14일 안에 눈에 보일 정도로 자라 나와야 무균이 아니라고 판정할 수 있으나 무균 시험용 배지나 배양 조건이 적절치 않을 경우 육안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자라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균 시험 과정도 큰 문제입니다. 온 세상은 미생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생산 공정도 오염되는 마당에 무균 시험 중에도 오염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미국 FDA에서도 최종 QC Test로만 Sterility를 보증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Sterility는 제품 자체에 Build-up 되어야 합니다. Quality처럼요.
앞으로 2개 교시에 걸쳐 열에 의해 미생물이 죽어가는 Kinetics를 알아보고 멸균 공정에 이용되는 개념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D-value입니다.
D-value는 “Decimal Reduction Time” 입니다.
겨우내 찬장에 보관하던 텀블러를 꺼냈습니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냉커피가 슬슬 땡기기 때문이었죠. 대강 닦아 쓰려고 뚜껑을 열었는데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지난 가을에 먹던 커피가 남아있습니다. 블랙도 아닌 봉다리 커핍니다. 설거지를 하지만 입구 부분이 작아 잘 닦이지도 않습니다. 찝찝합니다.
끓는 물로 살균하기로 합니다. 끓는 물을 가득 채우고 뚜껑을 닫고 기다립니다.
여기서 갑자기 의문이 생깁니다. 얼마나 지나야 이놈들이 다 죽을까? 펄펄 끓는 물을 넣었으니 온도는 95℃ 정도는 될 겁니다. 궁금합니다. 텀블러에 가득한 미생물들은 어떻게 죽어 나갈까요?
답부터 말하자면 자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Logarithmic하게 죽어 나갑니다.
생장의 경우 옆에 있는 미생물들이 분열한다고, 자기는 참았다가 옆 친구 분열 끝나면 하는게 아니죠. 옆에 애들하고는 상관없이 자기가 분열할 때 되면 분열합니다.
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옆에 애가 끓는 물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가 물 속 친구가 죽은 다음에 끓는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죠. 끓는 물 속엔 한꺼번에 들어갑니다.
그리고나서 미생물 각각의 건강 상태(?)에 따라 어떤 놈은 먼저 죽고, 어떤 놈들은 조금 더 버팁니다.
그래서 미생물 감소는 정량률이 아니라 정비율로 감소합니다.
예를 들어 10분당 1,000마리씩 감소하는 게 아니라 전체 미생물 수의 20%씩 감소하게 되지요.
1,000cfu → 800cfu → 640cfu → 512cfu → 410cfu →…. 이런 식으로요.
어떤 물질이 없어지는 시간을 소멸하는 데 걸리는 시간(정량)으로 표현하지 않고 반감기(정율)로 표현하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우선 그래프를 그려 봅니다.
어디서 많아 본 것 같습니다.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어제 본 그래프와 어째 비슷합니다.
요것도 그럼… Y축을 Log Scale로 변환해 봅니다.
액셀에서 어떻게 하더라??? Y축을 더블클릭하니까 축 서식란이 나오네요. 로그 눈금 간격에 체크….
예상했던 대로 직선입니다.
그러면 이제 뭘 할까요?
터치스크린이 되는 iPad로 옮겨서 손글씨를 써 보겠습니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왔는데 PC와 동기화가 되지 않네요. 기다릴까 하다가 그냥 pad에서 계속 글쓰기 합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거든요.
D-value가 뭔지 이해하셨어요?
일정한 온도에서 미생물의 수가 10배(Decimal 또는 1 log 또는 90%)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이 경우 시간의 단위는 대부분 ‘분’(minute)을 사용합니다.
혹시 Survivorship Curve라고 들어보셨어요? 아래 그림이 그 Curve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늙어서 죽습니다. 식물의 경우 새싹일 때 많이 죽네요. 독수리의 경우는 평생 일정 비율로 죽는군요.
D값은 이 Survivor Curve에서 1 Log Cycle을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D-value 이해되셨나요?
- D 값은 각 Log Cycle에 대해 일정합니다. Survivor Curve의 독수리의 경우입니다. 미생물은 독수리입니다.
- D 값은 텀블러 속의 오염 미생물 수와 무관합니다. 미생물의 종류와 노출된 온도에만 영향을 받습니다.
- D 값은 Microbial Population (미생물 개체 수)이 90%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 즉 ‘분 (Minute)’ 입니다.
오늘 수업은 어떠셨나요? 어렵지 않으셨죠?
D 값의 의미보다는 바이오의약품 산업에서 멸균의 중요성을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충분합니다.
다음엔 Z값과 F값, F0값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보다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