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민경호가 보고서 쓰는 방법 2/2

biocat 2020. 3. 27. 14:59

어제에 이어집니다. 

제가 이렇게 거의 매일 글을 올리려고 하는 것은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전에 근무하던 직장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아 가며 힘들게 하루하루 버틸 때(?), 몇 가지 꿈꾸던 삶이 있었습니다. 

어촌 마을이 됐던, 농촌이 됐든 간에 나 혼자나 혹시 집사람이 원하면 집사람 것까지만 자급자족 하면서 낮술 먹고, 책 읽고, 글도 좀 써 가면서 살고 싶었습니다. 

농촌에서의 삶은 이렇겠지요. 

수경 농업을 하는 겁니다. 한 쪽에서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송어를 키우면서 그 물을 끌어다 수경 농작물을 키우는 거지요. 농작물이 물속의 Nitrogen을 흡수해서 정화된 물을 다시 송어에 공급하고요. 

어촌에서의 생활은 바다가 보이는 남쪽 바닷가 언덕에 조그만 집을 짓고요, 노 젖는 배도 한 척 마련합니다. 저녁이면 배 타고 바다에 나가 통발을 던져 놓고요, 아침에 물고기를 수확합니다. 회도 치고, 매운탕 끓여 낮술도 한잔합니다.

 그렇게 먹을 게 장만 되니 나머지 시간에는 Netflix로 영화나 드라마도 보고, 이도 저도 지겨울 때는 책을 읽습니다. 그렇다고 사회와 단절되기는 싫어요. 블로그 하나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얘기, 수경 농법, 영화 얘기, 책 얘기, 그리고 제가 직장 생활 하면서 알게 된 바이오 얘기를 글로 블로그에 올리며 바깥세상과 소통하며 사는 거지요. 

이런 삶을 꿈꾸다 보니, 전에도 블로그 개설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솔직히 글 몇 편 못 올리고, 지금은 다시 찾으려도 찾을 수가 없네요. 그런 후에도 다른 분들 블로그 보면서, 매일 한 편씩 글 쓰는 것이 목표로 하시는 분, 여러 가지 소소한 일상을 가지고도 훌륭하게 블로그 운영하시는 분들 보면서, 나도 따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교육원 카페 활성화 지령(?)이 내려왔고, 하기 싫은 일(? 남이 시키는 일은 모두 다 하기 싫지요) 억지로 하기보단 한번 즐겨보자는 마음에 목표로 세운 것이 '적어도 평일에는 글 한 편씩 써서 올리도록 노력하자' 였습니다. 

아직까지는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지요? 

여기 카페 분들의 응원이 있으면 더 잘 해낼 수 있겠지만, 주제도 없고, 옹색한 글에 응원을 바라는 것은 아주 커다란 욕심인 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다만 여기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카페 활성화를 빙자한 제 개인적 목표 달성하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런 제 글로 여기 회원분들에게 폐가 되지 않는다면 계속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아직 남에게 보일 수 있는 수준의 글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양해 바라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어제 약속했던.... 

'뭐였더라???' 

 

제 경험담이었죠. 

전 직장에 다닐 때였습니다. 모 업체에서 4가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임상 3상 시료를 제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MDCK라는 코커스패니얼의 신장 세포에서 유래된 동물세포를 배양한 후 flu 바이러스를 그 세포에 감염시킵니다. 그러면 독감 바이러스가 MDCK cell에서 증식합니다. 증식된 독감 바이러스를 불활화해서 쪼개고, 그것을 정제해서 독감 백신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공정에 따라 시료를 생산하는데요, 바이러스 배양을 마치고 1단계 정제 후 필터를 하는데 필터가 자꾸 막힙니다. 원인을 파악해 보니 공정액이 오염이 돼서, 그 오염균 때문에 필터가 막히는 것이었습니다. 

오염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요. 배양 공정이야 워낙 공정이 복잡해서 오염의 원인도 많고 해서 그러려니 하고, 이것저것 오염 원인을 추정해 보고 원인을 파악해 볼 수 있는데, 배양 공정의 오염은 아닌 겁니다. 

그렇다면 1단계 정제 공정에서의 오염인데, 아무리 이것저것 봐도 간단한 공정에 오염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겁니다. 

고객사와 관련된 사건이라 정확한 오염원 찾는 것이 아주 아주 매~우 크리티컬한 이슈였습니다. 머리 속에는 항상 오염원이 뭘까 하는 생각 뿐이었고요, 회사에서 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면 바로 확인해 보고, 퇴근 후 그런 생각이 나면, 다음날 출근해서 바로 확인해 보고.... (그런 날은 퇴근 후 시간이 왜 그리 긴지), 술자리에서도 그 생각, 잠잘 때도, 화장실에도, 계속 그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3~4일 지난 후에... 샤워하고 있는데 문득 한가지 확인해 볼 것이 생각난 것입니다. 거의 90% 이상이 그게 원인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지요.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쳤던 기분을 100%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대충 비누기 거둬 내고 바로 출근해서 확인, 맞았습니다. 그게 원인이었습니다. 고객사 귀책이었지요. 

그럼 원인인 그게 뭐였을까요? 그 얘기를 풀어내려면 전공 설명도 해야 하고 얘기가 또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 원인 자체가 중요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하고요. 그 이후부터였나 봐요, 한 가지 이슈에만 집중하는 버릇... 뭐 그딴 거요. 

아무튼 보고서를 쓰거나, 어떤 업무를 진행할 때, 책상머리에 앉아 '자~ 이제부터 어제 쓰던 그 보고서 계속 써 볼까, 뭘 쓸까?' 하고 책상에 앉았을 때만 그 생각 하지 마시고, 중요한 일인 경우에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고 있거나 문제에 대해 생각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저한테는 중요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요즘 저는 내일 아침엔 무엇에 대해 써 볼까 하는 생각만 하고 다닙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슈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이상, 어제의 약속 지키기와 제가 여기에 열심히 글 쓰는 이유에 대한 해명이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요. 

우리나라의 코로나는 이제 조금씩 안정을 찾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건강도 조심하시는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