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9일 일기입니다.
바이오과 교수 민경호입니다. 오늘은 무엇을 올릴까 잠시 고민해 보았습니다.
책도 한 권 다 띠려면 일주일 이상 걸리니, 책 소개도 할 것이 없고, 이벤트도 참여자가 없을 줄 알기에 돈이 들어가지 않을 것을 알더라도 너무 자주 하면 이벤트가 이벤트가 아닌 게 되고…. 바이오 얘기? 이것도 너무 많이 오픈하면 정작 수업 시간에 짬짜미로 해 줄 얘기 동날 것 같고…….
잠시 고민하다가 일기장 한번 열어봅니다. 저 가끔 일기 끄적입니다. 특히 속이 상할 때 일기를 쓰면 마음이 조금 풀리거든요. (융기원으로 옮기고 나서는 제 일기장에 원장님께서 자주 등장하시네요~)
그래서 원장님 등장도 없고, 특별히 오픈해서는 안 될 얘기가 없는 일기가 있어 한편 공개합니다.
내가 좋아해서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제 10월 09일 한글날.
춘천 집에 안 가고 송도에서 어머니와 지내기로 한 날. 온종일 여유롭게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휴일이라고 루틴을 깨기 싫어, 전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지요.
그런데 아침에 화장실 다녀온 후 하루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앉아 있기 힘들어서 책 읽기 진도는 안 나가고, 그냥 온종일 누워서 지냈습니다. 잠이 오면 자고, 깨면 책 좀 읽다가 또 자고…. 신기한 게, 낮에 그렇게 잤는데, 저녁 먹은 후 또 졸려 7시 30분부터 또 잤습니다. 새벽 3시 30분에 깼다가 또 잤습니다. 나도 내가 이렇게 잘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술 안 먹어도, 전날 밤을 안 새워도 이렇게 잘 수 있다니…. 가끔 휴식 주간을 마련해 하루나 이틀, 이렇게 게으름 피우며 하룻낮과 밤을 잠만 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
술도 안 먹으니 몸이, 특히 간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며 팍팍 드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에 TV도 거의 보지 않습니다. 아침에 공짜로 사는 세상 블로그를 읽었는데 정유정 작가 인터뷰 내용이 짧게 실렸습니다.
(여기부터는 제가 쓴 것 아니고 인용한 겁니다.)
그중에‘<꼬꼬독> 인터뷰 중, 새벽 3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는 이야기에 기함했어요. 저도 나름 아침형 인간이지만, 3시는 너무하잖아요? 기력이 충만한 오전에는 새로운 글을 쓰며 이야기를 전진시킨답니다. 오전 내내 글을 쓰면, 점심나절에 에너지가 방전되고요. 그래서 오후에는... 오전에 쓴 글을 고친답니다. 오후에는 쉬는 게 아니고요? 그러니까, 쓰고, 쓰고, 또 쓰는 게 정유정 작가의 글 쓰는 습관인 거죠.’ 이렇게 어떤 일을 끊임없이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봤는데요, 아무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돈이 되는 일도,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일도, 더구나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면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제 얘기)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무슨 일을 하면 남이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앞으로 폴리텍 대학 교수로서 이런 일, 저런 일 하다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 한번 가져 봅니다.
-일기 끄읕~-
오랜만에 다시 보니 왜 아침에 화장실 다녀와서 하루가 엉망이 됐을까? 왜 앉아있기 힘들었지? 한참 고민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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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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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즈음 치* 수술을 해서 한참 힘들어했던 시절이었네요. 무쟈게 고생하십니다. 평소에 관리 잘해 주세요 ~
인생을 살다 보면 힘든 시기 몇 번 거치게 되어 있지요. 무사히 그 과업을 마치면 '아~ 내가 조금 더 어른이 되었구나~' 하고 느끼기도 하고요. 군대 제대했을 때가 그랬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임플란트 해 넣을 때도 그랬네요. 그치만 치*수술 후에는 조금이 아니라 부쩍 어른이 돼버려서 '아~ 어른이 되었구나' 가 아니라 '아~ 이제 나도 늙었구나' 라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