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일
1. 어렴풋이 잠이 깹니다. 2시 10분. 설게 깬 잠을 억지로 잇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허사가 되었습니다. 3시 10분. 어항 한번 살펴보고, 신문 한번 훑고...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네요. 한때 우리나라에도 쿠데타가 있었더랬죠. 그런 걱정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TV를 켜서 어제 못 본 싱어게인을 볼까? 아침부터 TV는 아닌 것 같습니다. 책을? 그냥 한순간 생각만 스쳤을 뿐입니다. 회사일? OT가 없습니다. 해수어 관련 카페에 들어가 이곳, 저곳을 방황합니다. 갑자기 부엌 쪽에서 새벽엔 어울리지 않는 명랑 여자 목소리가 들립니다. 깜짝이야~ "백미~ 쿠쿠가 맛있는 밥을 시작합니다." 다섯 시. 밥 짓는 구수한 냄새에 밥을 안치는 집사람 모습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따뜻한 밥을 먹고 출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정아, 고마워...
2. 지난주와 다르게 이번 주는 저녁 약속이 없습니다. 어항을 볼 수 있는 여유 시간이 생겨 좋습니다. 퇴근 후 느긋하게 바라다봅니다. 탈락한 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큰 산호로 채워진 이쁜 어항보다, 작은 쪼가리 산호들이 커나가는 어항으로 천천히 이쁘게 꾸며 갈랍니다. 가끔 밴드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아침저녁, 조그만 힐링 덩어리들, 건강하게 내게 와 준 니모와 도리에게 감사합니다.
물고기들 사진찍기 어렵네요. 쫌... 가만히 좀 있어!!!
3. 백수 시절, 불과 한 달 전까지 하루가 참 지루했습니다. 종일 오후 5시, 술을 먹을 수 있는 시간만 되기를 기다렸거든요.
퇴근길, 신 이사에게 의미 없이 한 마디 건넵니다. "하루가 되게 빨리 지나가네" "이런 거 바란 거 아니었어요?" 한 때는 빠르게만 지나가는 하루가 무의미하게 생각될 때도 있었습니다. 하루를 바쁘게 지냈지만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힘들었습니다. 문득 하루를 지루하게 보내지 않았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뭔가 할 일을 지속해서 Feeding 해 주는 회사에 감사합니다.
4. 새벽에 깨서, 여유를 가지고 감사 일기를 씁니다. 잘 안 써집니다.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내용도 재미없습니다. 몸에 밴 벼락치기 근성은 이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합니다. 새벽엔 감사 일기 쓰는 것보다 감사 일기에 쓸 것을 만들기로 합니다. 미라클 모닝을 꿈꿉니다. 오롯이 혼자 보내는 이 시간이 좋습니다. 오늘, 이 새벽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5. 어젯밤 딸내미가 엄마한테 꾸중 듣고 삐쳐서 잠이 들었다네요. 새벽까지 깨어 있던 아들에게 소식을 듣습니다. 마음이 짠~ 합니다. 저도 나이 듦을 실감합니다. 별것도 아닌 것에 자꾸 마음이 쓰입니다.
사랑이 뭘까요? 집사람과 결혼할 때도 사랑이 무엇인지 결론짓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비로소 사랑에 대해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내게 사랑은 짠한 마음, 애틋한 마음입니다. 내게 사랑의 의미를 알려준 지홍이, 영은이에게 감사드립니다. 집사람은요? 당연한 얘기를 굳이 글로?
출근 준비하러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