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바이오의약품 투자 타당성 검토하기 1

회사생활

by biocat 2020. 5. 19. 16:54

본문

오늘은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지어보기로 하겠습니다.

회사에 취업하게 되면 공정이나 시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졸 사원이면 원가 관리, 수율 관리는 기본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 신공장 건설 Project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기획부서에서 일할 수도 있고요.
대리 진급 전까지는 누구나 비슷합니다. 그 이후는 각자 하기 나름입니다. 투자 타당성 분석이나 제조 원가 분석을 할 줄 알면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제 경우는 석사 학위 가지고는 연구소에서 오래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업부로 부서를 옮겼지요. 그때가 대리 2년 차였을 거예요. 부서 옮기고 나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매월 말에 원가 계산 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접비네 간접비니, 제조 원가가 어떻게 되고, 매출 원가가 어떻게 되니…. 어쩌고저쩌고… 
거기다가 분기마다 본사에서 사업실적 발표 회의를 합니다. 이번 분기는 매출이익이 어쩌고, 영업 이익률이 어떻게 되니, Cash Flow가 좋지 않다. 한계 이익을 높일 방안을 찾고…. 어쩌고저쩌고… 
주위엔 모두 공돌이들이라 제대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혼자 고민하면서 매월 말에 하는 원가 계산 부분만 지난 자료들 보면서 겨우 하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원리는 모른 채…

요즘엔 그런 사람은 없을 거예요. Youtube나 Google에서 가르쳐 줄 테니까요… 그런데도 너무 어려워요. 

우리가 회계사도 아니고, 모두 다 알 필요는 없습니다. 기본적인 것들만 알면 됩니다. 
매월, 매년 결산하는 회계팀 사람들이야 감사까지 받으니까 법에 명시된 방법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 법이 너무 복잡해요. 그래서 결산에도 개인적 성향이 조금은 들어가 있습니다), 투자 타당성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므로 작성하는 사람의 논리가 많이 반영됩니다. 

논리만 맞으면 됩니다. 

========================================================================

홍길동 씨는 취업 재수 끝에 원하는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기본기 탄탄한 중견기업에 취업했습니다. 배양팀에서 1년 넘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김 부장이 부릅니다.

이번에 본사에서 진행된 사업개발회의에서 새로 개발된 Universal RNA Virus 항체 치료제(제품명 RNAb)를 WHO에 등록하고 PQ(Pre-Qualification)를 받아 국제 조달 시장에 납품해 보자고 결정되었답니다.
COVID-19가 3년 전 Pandemic 을 거쳐 이제는 거의 풍토병으로 상재하고 있는 터라 Unicef에서 저개발 국가 원조용으로 내년부터 발주가 있다는 정보에 따른 결정입니다. 
사장님께서 직접 지시한 사항이니, 투자 타당성을 검토해 보라고 하면서 메모지에 뭔가 적어 줍니다.

'연간 최대 생산량 20M dose, 판매 단가 3USD'

아무리 RNAb 임상시료 생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지만 이건 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물어볼 사람도 없습니다.
어차피 이런 일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도 없으니, 내 맘대로 해도 뭐라고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봅니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 연구 및 임상시료 생산 Data를 정리해 봅니다.

  • 1dose 당 API 양은 10mg (10mg/dose)
  • 배양에서 발현량은 Liter 당 2g (2g/L)
  • 정제 수율은 80% 
  • Batch 성공률 90%
  • 연간 최대 Batch수는 16Batch (16Batch/year, 320일 가동, 1batch 생산일 20일)

공장을 새로 건설해서 20M Dose를 생산해야 하니까 생산 설비의 Capacity를 계산해 봅니다. 공장 Capacity의 기준은 Bioreactor Size입니다.

우선 Bioreactor Size를 산정해 봅니다.

1dose 당 항체 10mg씩 들어가고, 연간 최대 판매량이 2천만 도스니까 필요한 API양은
(10mg/dose) x (20,000,000dose/Year) = 200,000 g/year → 일년에 필요한 API양은 200kg 이고

1년 최대 생산할 수 있는 Batch수는 16Batch니까 Batch당 생산해야 하는 양은
(200,000 g/year) ÷ (16 batch/year) = 12,500 g → Batch 당 12,500g 생산할 수 있어야 하고

정제 후 최종 Batch당 생산량이 12,500g이어야 하니까 정제 수율 및 Batch 성공률을 감안합니다.
배양기 부피 x 발현량 x 정제 수율 x Batch 성공률 = 12,500 g 이므로
배양기 부피(L) x 2 g/L x 80% x 90% = 12,500 g 이니까 배양기 부피는 8,681L 입니다.

결국 배양기 부피는 9,000L로 디자인하면 됩니다. 그럼 이젠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래 첨부된 엑셀 파일을 열어봅니다.

www.dropbox.com/s/6aa2q0s96ocszth/%ED%88%AC%EC%9E%90%ED%83%80%EB%8B%B9%EC%84%B1%EB%B6%84%EC%84%9D_2%EA%B5%90%EC%8B%9C.xlsx?dl=0 

엑셀의 투자 타당성 분석 Sheet의 빨간색은 윗선에서 정해져 내려온 항목입니다. 그것을 근거로 생산량이나 매출액을 계산해 봅니다. 

1. 상업화 초기 및 8년간 예상 매출액

빨간색을 근거로 연간 매출액 및 생산량을 계산해 봅니다.
“홍 대리, 생산 첫해는 가동률 10%로 잡고… “ 이런 식으로 업무 지시가 내려왔겠죠. 

2. Production Capacity 결정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과 동일한 논리입니다.
계산상으로 8,700L짜리 Bioreactor가 필요합니다만, 그러느니 9,000L로 갑니다. (저 같으면 그냥 10,000L로 하겠습니다) 
Batch 당 생산할 수 있는 Dose도 계산해 봤습니다.  9,000L로 하기로 했으니 9,000L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수식 잘 살펴보세요. 이해되시죠? 

딸래미가 대학생이라 비대면 수업중인데요, 설명 없이 ‘이해되시죠?’하는 교수님이 제일 짜증난데요. 짜증 나시는 분 손~

3. Process Flow Diagram 

엑셀의 PFD sheet 한번 보세요. 

우와~ 바이오 인으로서 공부할 내용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생산 공정 강의 들어가면 자세히 알아볼 내용입니다. 지금 성급히 알아보려고 하지 마세요. 
그래도 궁금하시면 한번 수식 보시면서 어떻게 계산되는지 파악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보시다가 질문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이 PFD는 생산라인에서 수행할 공정을 정리한 Chart인데요, 물질 수지에 따라 필요 원재료양, 각 생산 Equipment의 크기, 종류, 수량 등의 파악이 용이합니다. 
공장 Design의 기초가 되고, 향후 공장 완공 시 Process Validation의 기초 자료가 됩니다. 굉장히 중요한 Sheet입니다. 

보여드리는 PFD의 형식은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4. Equipment List

Equip.List sheet 보시기 바랍니다. 
PFD를 근거로 필요한 Equipment를 Short Specification과 함께 List-up 합니다. 
PFD로 어떻게 이런 List가 나올 수 있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만, 보여드리는 PFD에 숨은 자료가 무쟈게 많습니다. 나중에 Open할게요. 

참, 생산장비 등의 부피를 얘기할 때요, Total Volume 또는 Geometric Volume과 Working Volume 이란 개념이 있어요. 1,000L Bioreactor에 1,000L 꽉 채워놓고 Impeller 켜고, Air 넣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넘치겠죠? 

Vessel의 전체 부피를 Total 또는 Geometric Volume이라고 하고요, 물이나 배지 등을 최대한 채울 수 있는 부피를 Working Volume이라고 합니다. 

보통 Fermentor는 미생물이 빨리 자라기 때문에 거품(Foam)이 많이 납니다. 
Fermentor의 TV:WV = 3:2 정도로 하고요, 동물세포를 키우는 Bioreactor는 WV이 TV의 80%, 이외의 Vessel류들은 90% 정도로 잡고 디자인합니다. 

이번 Project의 경우 Bioreactor Capacity를 9,000L로 했으니까 Bioreactor의 전체 부피는 12,000L 정도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5. Total Equipment Cost

이 부분은 다른 방법 없습니다. 기기마다 대표적인 Maker에 연락해서 견적서 받아 보아야 합니다. 혹은 이전에 수행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 자료에 물가 상승분 정도 곱해서 사용해도 되고요. 

6. Total Capital Investment 추정

보통 Equipemt Cost의 5배로 잡습니다. 이것은 정말 대강 잡는 방법이고요, 조금 더 정확하게 잡으려면 삼성 Engineering 같은 Engineering 회사에 문의하면 됩니다. 게네들도 영업을 해야 해서 건설계획이 있다고 하면 득달같이 달려옵니다. 

지난번 건설했던 공장의 경우 기본 설계를 미쿡에서 했는데요, 미쿡 기본설계사에서 공장 건설비로 총 2,400억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600억 정도에 건설 마쳤어요. 

연도별 투자 금액의 경우 1년 안에 Project를 끝낼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1년 차에는 보통 계약금이 한꺼번에 들어가야 하고, 빨리 진행해야 하는 경우는 중도금도 있기 때문에 1년 차에는 총건설비의 60%를 지출하는 것으로 예상했고, 2년 차에 나머지 40%를 지출하는 것으로 산정했습니다. 

투자 자본 비율의 경우, 이렇게 대규모 투자가 들어갈 경우 자기 회삿돈만 가지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은행 돈도 빌리고, 펀드니, 회사채니, 투자회사 돈도 있을 수 있고요. 그렇게 빌린 돈을 타인 자본으로 놓았습니다. 

자기 자본과 다른 점은 이자를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자율도 산정합니다. 

7. 감가 상각비 

이걸 잘 이해하셔야 합니다.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 주는 사업을 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사업이라고 합니다. 삼성 Biologics, Celltrion, Binex 같은 회사가 CMO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CMO 계약 시 용역 금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많이 합니다. 배지값은 얼마고, 필터나 크로마토그래피 칼럼 레진은 얼마고…. 등등. 
이런 것이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금액이라는 것은 금방 이해되시죠? 그러니 당연히 넣어야겠죠? 

그럼 Bioreactor는요? 
Bioreactor 같은 장비도 배지나 필터와 같은 개념으로 봐줘야 합니다. 배지나 필터는 일회용 소모품이고, Bioreactor는 10년용 소모품입니다. 그래서 해마다 일정 비율씩 없어진다고 보고 그 금액을 충당해 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감가상각비입니다.

1,000억짜리 공장을 지어 놓고, CMO 하면서 매년 100억 매출을 낸다고 좋아하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결국엔 투자 안 하고, 그냥 앉아서 놀고먹는 게 더 이득입니다. 이 회사는 투자비 1,000억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회사에 따라, 대상에 따라 감가상각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만, 보통 장비는 5년, 건물은 10년에서 20년에 걸쳐 떨어냅니다. 감가상각을 다 떨어내도 그 장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잔존 가치를 10% 정도 남겨 놓습니다. 

본 예에서는 장비건, 건물이건 구분하지 않고 그냥 10년에 걸쳐 떨어낸다고 가정했습니다. 

8. 이연상각

이연상각이라는 것은 무형의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장 투자비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그 대신 공장 Hardware가 남습니다. 이것도 분명히 자산입니다. 이 자산을 감가상각비라는 항목으로 일정 기간에 걸쳐 떨어 나갑니다. 

이연 상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의약품을 개발할 때, 상업화되기 전까지는 그 의약품으로 인해 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연구비다 임상시험비다 해서 돈만 나갑니다. 완전 돈먹는 하마예요.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개발비가 어마 무지합니다. 이렇게 일시에 써버린 많은 금액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미래의 제품에 이미 녹아있는 것입니다. 

개발비 등을 일단 자산으로 담아 놓았다가 일정 기간에 걸쳐 떨어 나가는 개념입니다. 

요즘엔 회계법이 바뀌어서 이렇게 개발비를 자산으로 두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니, 없니 얘기가 많습니다. 삼성이나 셀트리온도 이것 때문에 한참 뉴스에 나오는 것을 봤는데요…. 결론은 어떻게 났는지 모르겠네요.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위와 같은 가정을 전제로 이제 숫자 놀음하면 됩니다. 

9. 매년 총 원가 추정

이 부분은 엑셀 Sheet에 설명해 놓았습니다. 

매출원가는 순전히 공장 또는 사업장의 몫입니다. 사장이 공장장 깰 때 자주 사용됩니다. 

보통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는 부분은 영업이익입니다. 이것이 진짜 회사가 얼마나 사업을 잘하고 있느냐를 알려주는 것이거든요. 

지급 이자는 우리가 돈을 빌렸으니 내야겠지만, 우리가 돈을 꿔 줬을 때는 받아야겠죠. 이것도 경상 이익에 포함됩니다. 그건 사업성하고는 별개잖아요. 그래서 투자자들은 경상이익이나 순이익보다 영업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 이제 숫자 놀음까지 끝났습니다. 

이 9번 항목은 투자 타당성 검토할 때에는 Simulation 한 것이고요, 실제 의약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때에는 그 영업 기간의 실적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 산업계에서 실적 보고할 때 쓰는 항목들입니다. 

다른 것 없습니다.

다만 실제로 계산할 때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그건 어떤 금액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느 항목에 넣을지 고민해야 하고, 사업 운영하다 보면 발생하는 항목이 무쟈게 많습니다. 그것을 일일이 분류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지, 그것들만 정리되어 있다면 이 엑셀 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요. 내일은 이 숫자들 가지고 사업 타당성을 판단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사장이라면 이 공장 짓는데 돈을 투자할까요, 아니면 은행에 넣어 두고 이자만 쏙쏙 챙기며 살까요? 

여러분들도 각자 한번 판단해 보시고 제게 알려주세요.
자세한 이유 알려주셔도 되고, 그냥 ‘감으로요…’ 이러셔도 됩니다. 

‘머리 아픈 일 안합니다. 250억 있으면 그냥 은행에 넣어 두고 놀고먹을거예요.’ 

이것도 좋습니다. 제 생각과 같으니까요…

PS. 엑셀 Sheet 중 참고용이라고 쓰인 Sheet가 있습니다. 왜 참고용이냐면요 인건비나 QC 비용 등을 산정할 때 이런 식으로 한다는 예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분석 자료에 맞게 수정해 보려고 했는데,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전에 회사 다닐 때 산정했던 자료 첨부했습니다. 수식은 살아있으니 한번 보시고 계산한 Logic만 이해해 보시기 바랍니다.

'회사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바이오로직스에서의 9년  (4) 2020.05.14
민경호가 보고서 쓰는 방법 2/2  (5) 2020.03.27
민경호가 보고서 쓰는 방법 1/2  (0) 2020.03.2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