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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주 마시러 삼악산 다녀왔습니다.

행복

by biocat 2020. 3. 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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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아침엔 피곤해요. 춘천 집에서 아침에 광명으로 바로 출근하거든요.

오늘도 일찌감치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빈 강의실에 책 한 권들고 올라갔을 텐데… 매일 글 한 편 쓰기로 한 오늘은 고민이 되네요. 글을 쓰려면 아침에 써야 하는데, 그럼 책은 언제 읽지?? 잠시 고민하다가 컴퓨터 들고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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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세차를 하러갈까,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차는 모시는 게 아니라 타는 것' 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책상에 앉습니다. 책을 펼쳤는데… ‘깨끗하게 타고 다니면 좋지’ 하는 마음에 세차 하러 다녀옵니다. 이번 주는 제 차입니다.

술꾼에게 할 일 없는 휴일은 지루하고 길기만 합니다. 세차도 하고 청소하는 집사람 도와 집 청소도 하도, 베란다 화분에 물도 주고, 어항 물도 갈아줬는데, 아직 12시도 안 됐습니다. 빨리 해가 떨어져야 또 술을 먹을 수 있는데요.

술을 일찍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 아시죠? 산책이나 등산을 하는 거지요. 

집사람하고 같이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삼악산 등산입니다.

삼악산 등산로는 3 ~ 4개가 있는데요, 오르는 길은 다를 수 있지만 하산길은 언제나 등선폭포 쪽입니다. 식당이 그쪽에만 있거든요. 오랜만의 등산이라 오늘은 제일 짧은 코스로 정했습니다. 의암 매표소로 올라가 정상 찍고 등선폭포로 하산입니다.

집사람 차를 타고 의암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늘 올라갈 산을 바라봅니다.

 

의암 매표소 부근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언제나 만차라 의암댐 주차장에 차를 대고 댐은 걸어서 건넙니다.

 

댐을 건너며 왼쪽의 수문을 봅니다. 소양호에서 시작한 소양강하고, 파로호에서 시작한 북한강이 중도에서 만나 다시 북한강으로 흐르는 데요, 그 첫 번째 댐입니다.

 

댐을 건너 둘레길을 이용해 강물과 반대 방향으로 걷습니다. 의암댐 수문이 닫혀있어 흐르는 강물 같지 않고 그냥 호수 같습니다. 화창한 햇살에 바람은 차갑게 시원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왔어도 좋을 뻔했습니다.

 

길 왼편 암벽에 진달래가 이쁘게 피었습니다. 

 

산 초입. 잎이 아직 어려 햇살을 모두 머금지 못하고 통과시킵니다. 

 

생강나무 꽃도 피었네요. 생강나무꽃은 모양이 산수유나무꽃하고 비슷합니다. 집사람이 그러네요. 산에 피면 생강나무꽃이고, 들이나 마을에 피면 산수유나무꽃이라고… 이것도 매화와 벚꽃의 차이와 똑같습니다. 산수유나무꽃은 꽃대가 있고요, 생강나무꽃은 꽃대 없이 바로 줄기에서 핍니다. 

 

등산 시작한 지 30분도 안 됐는데 시야가 많이 넓어졌습니다. 그만큼 산길이 가파릅니다. 살이 많이 오른 집사람을 위해 최대한 천천히 오릅니다.

 

등산로 가의 진달래 한 장 따서 먹어봅니다. 아무 맛도 안나네요

 

조그만 들꽃도 찍어봤습니다. 집사람이 꽃 이름을 알고 있어서 좀 있어보이게 무슨 꽃입니다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집사람이 없네요.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숲 해설사인 집사람 덕에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등산로 중간에 자리 잡은 상원사입니다. 이 절 뒤부터 본격적인 깔딱 고갭니다. 

 

절 옆 작은 웅덩이에 개구리가 알을 낳아 놓았습니다. 뭉글뭉글 많이 커진 것을 보니, 조금 있으면 올챙이들이 나오겠네요.

 

헐떡이며 깔딱 고개를 다 올랐습니다. 정상보다 이곳이 전망이 좋습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곳이 붕어를 닮은 붕어섬이고요, 그 너머가 중도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테마파크가 조성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네요. 테마파크보다는 유적지 보존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중도 왼쪽이 북한강이고, 오른쪽이 소양강입니다. 소양강 오른쪽으로 춘천 시내입니다. 

수도권에 있는 산에 올라 서울이나 인천 쪽을 보면 도시 위가 매연으로 검게 덮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춘천은 매연 없이 하늘도 맑습니다.

 

파노라마 사진 한 장 찍습니다. 요즘 술을 줄인 탓에 수전증이 없어졌습니다. 덕분에 파노라마 사진 괜찮게 나왔네요.

 

이후부터는 암벽입니다. 네발로 기어 기어 정상에 도착합니다. 사람이 많을 때는 정상에 막걸리 아저씨가 있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네요. 코로나-19, 나쁜 놈.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막걸리 아저씨가 없는 관계로 하산길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집니다.

내려오는 길가에 흥국사 가는 길이란 표지가 있습니다. 들어가는 길 입구가 칙칙해서 한 번도 들러보지 않았었는데… 집사람이 한번 들러보자고 합니다.

단촐하게 대웅전 하나만 딸랑 있는 작은 절이었습니다만, 후고구려 때 궁예가 삼악산에 궁궐을 짓고 왕건과 싸웠다고 합니다. 그때 궁예가 지었던 절이 이 흥국사라고 한다네요. 지금도 와데기, 대궐터, 말골, 칼봉, 옷바위 등 삼악산 곳곳의 이름이 그때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등산 후 마시는 동동주의 짜릿한 쾌감을 위해 중간에는 물을 안 마신다고 했는데요, 요 약수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달고 시원합니다.

 

등선 폭포 쪽으로 하산하다 보면 요런 작은 폭포부터

 

중간 크기의 폭포도 있고요,

 

조금 큰 폭포,

 

많이 큰 폭포도 있습니다. 아래 폭포가 등선 폭포입니다. 물소리도 좋습니다. 동영상으로 잠시 즐기시지요.

 

여기가 등선 폭포 입구입니다. 바위 절벽으로 돼 있어서 한여름에도 시원합니다.

 

오늘 제가 등산한 등산로입니다. 한 3~4시간 코스인데요, 가파른 곳, 암벽 등반, 폭포, 풍경… 짧지만,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코스입니다. 다음에 춘천에 오실 일 있으시면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저의 마지막 목적지입니다. 등선집이라고 한 10년 전부터 이 집만 옵니다. 이제 사장님과 사모님도 제 얼굴 기억하시고요, 제일 좋은 건 여기서 막걸리 먹고 나면 강촌역이나 의암댐까지 차로 데려다줍니다.

 

요놈입니다. 옥수수 동동주…

 

산에서 먹는 송어회도 일품입니다. 산에서 웬 물고기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요, 춘천에는 송어 양식장이 많이 있습니다. 소양강 물이 맑다 보니, 소양강 물을 이용해서 양식하는 것 같았습니다. 소양댐 근처에 가면 1인당  1만 원 정도에 송어회 무한 리필 집도 있습니다. 

 

그렇게 시원한 동동주로 이번 주 등산은 마무리했습니다.

 

여기부터는 보너스인데요… 그다음 날, 일요일에 집사람 근무하는 곳에 잠깐 가서 찍은 화질 좋은 개구리알 사진 한번 보세요.

 

볕 좋은 곳에서는 벌써 부화를 마치고 조그만 올챙이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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