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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3일

감사 일기

by biocat 2021. 12. 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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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공장에 EuCorVac-19 임상 3상 시료와 시판용 제품의 원액을 제조할 생산 설비를 투자해야 합니다. 예산을 뽑아보니 어마무지합니다. 우리 Vaccine이 좋은 건 어떻게 아시고 여기저기서 투자비를 준다고 합니다. "아~ 고맙습니다, 뭘 이런 걸..." 하고 넙죽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단 제안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제안서? "양식은요?", "......" '없구나!' 일단 써보기로 합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습니다. OPP, One Page Proposal... 뭔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최대한 적게 쓰려는 저의 꼼수입니다. 한 페이지짜리 제안서 떨렁 보고하면 성의 없이 보입니다. OPP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입니다. 'CEO는 언제나 바쁘다' 10페이지, 20페이지짜리 보고서는 뭔가 있어 보입니다. 그 많은 양의 보고서를 다 읽는 CEO는 거의 없답니다. 한 페이지 제안서를 쓰는 또 하나의 핑곗거리를 찾았습니다.
우선 EuCorVac-19 개발 원리부터 차근차근 읽어봅니다. 'RBD 항원은 Corona Virus의... ' 문득 생각이 납니다. 이 제안서를 읽을 분들은 과학자가 아닙니다. 행정가입니다. 이걸 다 이해시키려면 책을 써야 합니다. 써 가도 관심도 없으실 게 뻔합니다. 보고서는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 입장에서 써야 합니다. 제안서의 양을 줄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핑곗거리를 찾았습니다. 아싸~ 기술적인 내용은 모두 빼기로 합니다.
배경만 간단히 설명합니다. 바로 필요 금액 XX 억 원 하고 훅 들어갑니다.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그 돈을 줄 건지 선택하시라고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내기로 합니다. 3가지 보기까지 적으니 더 생각나지 않습니다. 3개만 하기로 합니다. 끝~
어? 한 줄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습니다. 줄 간격을 1포인트 살짝 줄여줍니다. 됐습니다. OPP 완성입니다.
우선 사장님께 보고드립니다. 두근두근... 너무 간단하다고 하시면 어쩌지? 메일에 OPP라고 말씀드려야 했을까? 답장이 왔습니다. 아주 잘 썼다고 칭찬을 하십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이 나이에도 칭찬은 기분이 좋습니다. 생각해 보니 15년 이상 모시고 있는 분이지만 칭찬을 들었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제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이라고 내게 위로를 합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대학에 가면서 취업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읽었던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보고서의 법칙'. 오래전에 한번 훑었던 책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내용은 좋고 읽기도 쉽습니다. 참고서처럼 옆에 놓고 문서 작성할 때 참고하면 좋은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책을 써 주신 백승권 선생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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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첫 번째 감사 내용이 너무 길었습니다.

2. 어제는 배양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후배의 고민 상담이 있었습니다. 제 과거 모습과 오버랩됩니다. 배양이 망치면 속상하고, 배양이 잘 되고 있어도 언제 오염될까 불안합니다.  주말도, 휴일도 없는 업무지요. 다른 건 다 들어줄 수 있어도 죽어도 못 들어주는 건의가 있습니다. 배양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주말을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어쩝니까? 배양인데...
그 후배에게 다른 위로는 필요 없습니다. "당신 발효쟁이잖아?!, 어쩌겠어? 그냥 버텨~ 책임은 내가...(요건 생각 좀 해보고), 소주나 한잔 하자"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짠~ 합니다. 사랑은 아닙니다. 그 후배가 꿋꿋이 버텨 낼 것을 압니다. 고맙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3. 출근 전 어항을 살핍니다. 어! 도리가 이상합니다. 해수어 계의 콜레라인 백점이 왔습니다. 오늘 안에 용궁 갈 것 같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술김에 산호에게 주었던 산낙지 다리 때문인가?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술 먹고는 노다지(No Touch), 봉달은 천천히...' 어항을 다시 시작하면서 굳게 먹었던 마음입니다. 다시 그 결심을 되새기게 해 준 도리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고어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COVID-19 때문에 장례는 퇴근 후 변기장으로 우리 가족끼리 조용히 치를 예정입니다. 조의금은 마음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내용이 길어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오늘의 감사일기는 마무리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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